Xbox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라고 하니까, 게임패스에 올라온 김에 한번은 해봐야겠다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엔딩까지 다 봤다. 재밌었냐고? 솔직히 말하면 나한테는 좀 애매했다. 근데 그게 이 게임이 나쁜 게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첫 단추는 실망스럽다
처음 총을 쥐었을 때부터 좀 걸렸다. 타격감이 약하다. 탈탈 거리는 총소리가 너무 밋밋하달까. 최근에 스페이스 마린 2 하다가 넘어왔더니 더 옛날 게임처럼 느껴졌다. 같은 액션 게임인데 총 한 발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다르다.
카메라 앵글도 적응이 필요하다. A를 누르면 카메라가 확 바뀌면서 캐릭터가 우르르 앞으로 달려나간다. 보는 입장에서는 역동적인데, 직접 하는 입장에서는 좀 어지럽다. 기대하고 켰다면 첫인상에서 살짝 실망할 수 있다.

게임이 알아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엄폐를 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원거리 적을 조준하고 있으면 근거리 적들이 뒤섞여 달려오는 경우가 많다. 조준하다가 옆에서 맞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전투가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보다는 어수선하게 버티는 느낌이 강했다. 컨트롤 실력보다는 게임 구조 자체가 그런 방식인 것 같았다.
팀원 명령 메뉴도 액트1에서는 아예 안 눌린다. 버그인가 싶었는데 액트2부터 활성화되는 거더라. 게임이 따로 알려주지 않으니까 처음엔 당황할 수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닐 거다.
길찾기도 좀 불편했다. 전체적으로 선형 구조이긴 한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은근히 헤매게 된다. 왔던 길 되돌아가고, 다음 문이 안 열리면 막힌 건지 내가 뭔가 놓친 건지 구분이 안 된다. 그 느낌이 은근히 짜증스럽다.
중간에 오징어게임처럼 발을 잘못 디디면 지하로 떨어지는 구간도 있다. 떨어지면 밑에서 적이랑 싸우다가 사다리 타고 다시 올라와서 조심스럽게 길을 찾아야 한다. 나는 처음에 이게 퍼즐인 줄 몰랐다. 그냥 밑에서 계속 싸우다가 우연히 사다리를 발견하고 올라가면서 “아 이런 구조였구나” 뒤늦게 이해했다. 이 게임은 퍼즐이든 전투든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하다 보면 알게 되는 방식인데, 익숙하지 않으면 뜬금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구간들이 있었다
별로였다고만 하면 거짓말이다.
버서커 구간이 그랬다. 눈이 안 보이는 적이라 총이 안 먹히고, 소리로 위치를 파악해서 유인해야 한다. 퍼즐 같은 느낌인데 처음엔 꽤 신선했다. 두 번째부터는 좀 짜증났지만, 그 짜증도 나쁘지 않은 짜증이었달까.
해머 오브 던 연출은 지금 봐도 괜찮다. 인공위성으로 적을 직접 공격해서 녹여버리는 장면인데, 2006년 게임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시엔 진짜 충격적이었겠다 싶다.
중간에 탈 것 구간이 나오면서 게임 흐름에 리듬이 생긴다. 계속 엄폐 전투만 하다가 이동 구간이 끼어드니까 단조롭지 않게 됐다.
크릴 구간도 기억난다. 빛이 없는 곳에서 크릴이 달려드는데, 빛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살아남아야 한다. 단순한 아이디어인데 긴장감은 확실히 있었다.

근데 전체적으로는 나랑 잘 안 맞았다
스토리가 엄청나게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용은 단순하다. 마커스가 감옥에서 나와 델타 분대에 합류하고, 로커스트 지하 소굴을 파악하기 위해 공진기를 적진에 설치하고, 최종적으로 라이트매스 폭탄으로 끝을 낸다. 초반에 킴 대위가 전사하면서 마커스가 팀을 이끄는 흐름은 그나마 자연스러웠다.
근데 그게 전부다. 적인 로커스트가 왜 갑자기 땅에서 기어나왔는지, 이 세계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게임 안에서 제대로 설명이 없다. 하다 보면 궁금해지는데 답이 안 나온다. 알고 보니 이건 1편의 구조적인 문제였다. 로커스트의 정체는 아예 2편 이후에 가서야 밝혀지는 내용이라고 하더라. 마지막 보스도 게임 내내 제대로 어필한 적 없다가 짠 하고 나오는 식이라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엔딩 보고 나서 “오” 하는 감동보다는 “다 했네” 하는 느낌이 더 컸달까.
비슷한 엄폐 TPS인 디비전2랑 비교하면 차이가 느껴진다. 디비전2는 탁 트인 개방감이 있고 엄폐도 직관적인데, 기어즈는 좁고 묵직한 느낌이다. 이게 나쁜 게 아니라 그냥 스타일이 다른 거다.

이런 사람한테는 해볼 만하다
나한테는 좀 안 맞았지만, 이 게임이 별로라는 뜻은 아니다. 출시 당시 메타크리틱 평론가 점수 94점. 88개 리뷰가 전부 긍정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게임패스에 있으니까 한번쯤 켜보는 건 나쁘지 않다. 특히 엄폐 TPS 장르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왜 이 게임이 Xbox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가 됐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기대치만 잘 잡고 시작하면 된다.